들어가며

홋카이도하면 라면, 맥주, 온천, 눈 축제로 유명해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 여행지입니다. 하지만 매력적인 관광이자 동시에 일본 침략의 역사를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홋카이도는 원래 아이누모시리라고 불리는 아이누 선주민의 땅이었습니다. 일본은 아이누 선주민의 터전을 빼앗고, 문화를 말살시키고, 그들을 차별했습니다. 홋카이도 개척촌 등 ‘개척’ 이란 이름을 단 관광지에서 일본이 침략의 역사를 어떻게 그리고있는지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일제 강점기 수많은 조선인이 강제 노동으로 끌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 아픔의 땅이기도 합니다. 홋카이도의 남쪽끝 하코다테부터 북쪽끝 아사지노까지 철도, 댐, 비행장 등을 건설하는 데 동원되었고 유해로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 대학생 및 시민, 연구자들은 1997년부터 ‘동아시아공동워크숍’을 통해 강제노동 희생자의 발굴과 추모를 위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이 책은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이 함께 강제노동의 역사를 추적하며 찾은 역사적 장소와 발굴지를 소개하고, 그에 얽힌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기획했습니다. 조금 색다른 홋카이도 여행을 하고 싶거나, 홋카이도에서 우리 역사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충실한 길잡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강제노동 발굴 보고서, 관련 도서, 자료집, 논문, 신문 기사 등을 통해 자료를 수집했고, ‘홋카이도 원정대’를 꾸려 6월과 7월 두 차례 현장답사 및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일본 현지에서 강제노동 발굴 관련 일을 해온 시민단체, 지역주민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직접 발로 뛰며 홋카이도를 돌아보니, ‘역사’를 주제로 삼아 가볼만 한, 흥미로운 곳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강제노동의 역사를 되짚는 여행이라고 하니, 다른 여행 가이드북과 비교했을 때 조금은 무겁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 역사를 돌아보고, 현재를 사는 나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강제노동 희생자 수가 더 많고, 일본의 강제노동 보상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홋카이도에 간다면, 이 책에서 소개한 곳을 다 가보지 못하더라도, 강제노동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간을 잠시라도 가져보면 어떨까요. 또한 이 책이 일본이 개척자의 입장에서 쓴 역사를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고, 역사의 진실을 돌아보는 데에 작은 나침반이 되었으면 합니다.

왜 12:34 시간여행자인가

책 제목인 <12:34시간여행자>는 낮에 한 번 밤에 한 번 존재하는 12시 34분 이라는 시간이,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다른 시간을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이 가이드북을 통해 낮에 보이는 화려한 모습 뒤에 결이 다른 과거의 시간이 있음을 전하고자 붙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홋카이도 다크투어 가이드북’이라는 제목을 쓰려고 했으나,  가이드북을 함께 준비하던 분이 “가해와 피해라는 어두운 면만을 강조하는 다크투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동아시아공동워크숍’을 통해 20년이상 함께해 온 우리 활동의 취지와 맞지않는 것은 아닌지”라는 문제를 제기해 주었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이 가이드 북에서 소개하는 것은, 조선인 희생자의 유골을 70년이상 보관해온 절, 조선인 희생자의 한일 공동 발굴지, 강제노동 관련해서40년 이상 연구 및 활동을 해 온 곳, 그리고 강제노동의 문제를 직시하고 그것을 명기하고 있는 추모위패 등 우리는 잊고 지냈던 과거를 현지에서 끊임없이 마주하는 사람들과 함께 해온 홋카이도였습니다.

그래서 고민끝에 현재의 장소만을 돌아보는 여행이 아닌 과거의 시간을 함께 돌아보는 여행이라는 취지로 <12:34 시간여행자>라는 제목로 발간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