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성(서강대학교 명예교수)
지난 2015년 일제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들을 모셔오는 ‘70년만의 귀향’ 작업을 마치고, 그 뜻을 이어가고자 평화디딤돌이라는 시민단체로 새로운 출발을 다진 지도 어느새 6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러면서 사단법인 ‘남북문화통합교육원’을 모태로, ‘한민족 다문화 삶의 역사 이야기’와 ‘동아시아평화마을’이 함께 모여 만들었지요. 남북 분단, 한민족 이산, 동아시아 평화를 주제로 각각 오랜 기간 다양한 활동과 실천을 쌓아온 모임들인 만큼 서로의 주제가 긴밀하게 연결되었을 뿐 아니라 어려운 과제를 풀어가려면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함께 애써야겠다는 판단에서 어우러지게 된 것입니다.
남북관계는 지난 몇 해 동안 그야말로 밝고 너른 길로 나가다간 걸림돌에 걸리고 넘어져 우여곡절을 겪는 중입니다. 판문점 회담을 계기로 모처럼 대화와 소통의 물꼬가 트이는가 싶더니 거듭 닫히고 꼬이면서 좀처럼 나아지질 않으니 말이지요. 그럴수록 공존, 상생의 노력은 각자 선 자리에서, 그리고 더욱 꾸준히 기울여 나가야 합니다. 또 다른 주제인 동아시아 상황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평화보다는 대립, 그리고 갈등과 혼란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일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식고 굳어버려 갈 길은 멀고도 아득하기만 하니까요.
엎친 데 덮친다고 어느새 해를 넘겨 우리네 관계며 일상을 윽죄는 Covid19 팬데믹으로 시민단체들은 활발한 활동은커녕 살아남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암중모색 중입니다. 온통 갇히고 닫혀 사람들이 만나고 어울리고 무언가 꾀해보는 일이 여간 어렵지 않으니까요. 그런 와중에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구석에서나마 관련된 일들을 지켜보고 거들어 온 제가, 오랜 벗 정병호에 이어 평화디딤돌 일에 앞장서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로 모자라고 서툴다 보니 무겁고 두려운 마음이 앞서지만 워낙 중요한 때, 소중한 일인 만큼 그동안 더불어 애써온 동지들, 그리고 앞으로 같이 할 사람들 믿고 나섰답니다.
평화교육을 비롯해 교육을 공부하고 실천의 끝자리나마 거들어 온 사람으로서 저는 굳게 믿습니다. 이렇게 안팎으로 어렵고 힘들기만 한 때일수록 대화와 소통을 통한 공존과 상생의 노력은 더욱 중요하고 소중하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를 조그맣게 꾸준히 애써 온 평화디딤돌이야말로 그 노둣돌이 되어야 하고, 또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런 뜻에서 이제 평화디딤돌은 과거사 문제나 남북문제, 동아시아 평화 등의 주제들을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접근하면서 일해 나가고자 합니다. 늘 그렇듯이 어제의 역사를 바로잡고 오늘의 문제를 짚어보는 것은 바람직한 앞날을 열고자 하는 뜻이지요. 그 앞날은 바로 이런 노력으로 ‘구체적인 이상향’을 목표로 삼아 서로 어깨를 겯고 꾸준히 각자 선 자리에서 애써야만 열어 갈 수 있습니다. 이런 뜻에서 저희 평화디딤돌은 지금까지 해왔던 디딤돌 놓기, 유골발굴, 평화교육, 연대활동 등을 좀 더 무르익게 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자라나는 세대와 더불어 평화와 상생의 앞날을 꿈꾸고 작은 본보기들을 만들어가는 일까지 꾀해보고자 합니다.
그동안 몸으로 마음으로 뜻으로 놓아갔던 디딤돌이 이제 하나하나 모이고 합쳐져 남북관계를 열고 동아시아 평화를 다지는 노둣돌, 아니 큰 바위로 자라고 커질 수 있도록 여러분들 손길, 도움 그리고 더불어 활동 기다립니다.
2021년 4월 평화디딤돌 대표 정유성(서강대학교 명예교수)
